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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겪어보니 뇌수막염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었습니다. 약 35년 전 중학생이었던 저는 감기 기운이 조금 있었지만 학교를 가기 위해 평소와 같이 등교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감기 기운이 다소 심해 학교를 빠지고 싶었지만, 학생이 학교를 빠지면 어떻하냐는 부모님의 말씀에 어쩔 수 없이 준비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점점 어지러움이 심해지며 열이 더 나기 시작했고 결국 그 자리에 쓰러졌습니다. 그 뒤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았고 일주일 간의 입원 치료 끝에 간신히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진단을 위한 척수액 검사에서 간호사의 실수로 왼쪽 몸 전체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평범한 아침이 악몽으로 바뀐 순간
그날도 여느 때처럼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메고 문을 나서려고 했습니다. 감기 기운이 몰려오는 듯했지만, 7월의 따뜻한 날씨 탓에 설마 이 날씨에 감기에 걸렸겠나 하며 어지러움과 열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애써 무시하며 등교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틈도 없이 발밑이 푹 꺼지는 기분과 함께 지독한 어지러움이 점점 몰려왔습니다. 저는 그대로 쓰러졌고 그러는 와중에도 살기 위해 집안에 있는 가족들을 향해 외마다 비명을 질렀습니다. 의식이 가물거리는 와중에도 학교에 못가서 개근상 못받으면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막연한 걱정만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 길로 고모님이 근무하시는 부산 고신대 복음병원에 가게 되었고 잠시 정신을 차렸을 때 의사 선생님이 뇌수막염이 의심된다는 말씀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뇌와 척수를 둘러싸는 얇은 막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라고 하더군요. 온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고 술을 잔뜩 먹은 다음날처럼 구토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내려가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었죠.
의사 선생님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 척수액 검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러스성인지 세균성인지 구분해야 치료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당시 제가 듣기로는 세균성이면 훨씬 위험하다고 했는데 부모님의 심각했던 표정을 떠올려보니 상황이 꽤나 심각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척수액을 뽑기 위해 병원 침대 위에서 옆으로 누워 몸을 최대한 웅크려 새우처럼 말았습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소독약의 차가움과 의료진들의 속삭임이 공포감을 더했습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금방 끝납니다"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척추 사이로 굵직한 바늘이 파고드는 생소한 압박감이 느껴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의료사고와 충격적인 통증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번개가 내 몸에 내려치는 듯한 찌릿한 느낌과 함께 제 몸의 왼쪽 전체를 관통하는 듯한 전기 충격이 일어났습니다. 척수액을 다 뽑고 난 뒤 도착한 고모에게 사실을 말하니 바늘이 미세하게 경로를 벗어나 신경 줄기를 건드려 그랬을 것이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정확히 절반으로 나눈 듯이 일어나던 날카로운 전기의 느낌은 정말 다시는 경험하기 싫을 정도로 이상하고 섬뜩한 느낌이었지만 뇌수막염으로 인해 반쯤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있었던 일이라 움찔하는 정도의 행동밖에 취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움찔거리자 위험하다며 움직이지 말아달라고 다시 한번 당부하는 간호사에게 뭔가 전기가 쫙 통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하자, "아, 죄송합니다. 바늘이 살짝 비껴갔네요." 라며 당황한 듯 한 의료진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사실 저는 그 때가 더 충격이었습니다. 아직 어렸기에 척수액을 뽑을 때는 원래 이런가보다 하는 막연한 생각마저 가지고 있었던 저는 조금 당황하는 정도로 참고 있었지만, 의료진의 당황한 목소리에서 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자 이 순간이 더 두려워졌습니다. 그리고 그때 느낀 것 중에 하나가 우리 몸의 신경이 얼마나 예민하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신경을 건드리는 사고가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척수액을 채취할 수 있었습니다. 검사 결과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으로 판명되어 세균성보다는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의 충격적인 경험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주사 바늘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그날부터 1주일간 입원하였습니다. 친구들과 뛰어 놀기를 좋아하던 저에게 병실에서 보낸 일주일은 정말 길게 느껴졌습니다. 고열과 두통, 목의 뻣뻣함은 입원 이틀차에 금방 가라앉았지만, 밝은 빛을 보면 눈이 아파서 하루 종일 커튼을 치고 수건을 눈에 올려 어두운 환경을 만들어내어 지내야 했습니다. 제 경험상 뇌수막염의 두통은 일반적인 두통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마치 머리 안에서 누군가가 뇌를 잡고 끊임없이 뒤흔드는 듯한 몽롱한 통증이 쉬지 않고 계속되었거든요.

탈수로 인해 생긴 헤프닝과 후유증
뇌수막염과 다른 이야기이지만 입원했을 당시 힘들었던 일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제가 뇌수막염으로 고생한 시기가 여름쯤이었는데 그 더운 날씨에 뇌수막염으로 인해 정신차리지 못하고 있다보니 탈수로 인해 오줌줄기가 막혀버린 것이었습니다. 입원하여 척수액 검사를 받고 링거를 맞으며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정신이 차려졌고, 계속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소변이 마려웠던 저는 정신이 들자마자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소변이 나가는 통로를 가로막는 것마냥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신경을 건드리는 전기충격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이런 몸의 이상이 찾아오자 저는 놀래서 뛰어나가 간호사에게 제 증상에 대해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잠시 이야기를 듣던 의료진들은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리면 소변이 나오는 줄기가 말라 막혀버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급하면 지금 자신들이 기구를 이용하여 그 줄기를 뚫어주겠다는 말을 하였는데, 10대 중반의 사춘기 소년에게 자신의 민망한 부위를 맡기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화장실에 들어가 거의 1시간동안 소변을 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습니다. 아직 몸상태가 온전치않아 힘도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부끄러운 경험을 할 바에는 차라리 이게 낫다는 마음에 몇분동안 온 힘을 다해 힘을 줬고, 정말 조금씩이지만 소변이 한두방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노력으로 인해 조금씩 말라버린 소변 줄기가 풀리기 시작했고, 결국 약 1시간만에 저는 시원하게 해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뒤 정말 온몸에 힘이 다 빠져 침대에 누워 쉬고있던 저에게 의사가 찾아와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고, 힘 없는 와중에도 의기양양하게 혼자 해결한 이야기를 했더니 그 의사는 놀라워 하면서도 재밌는 녀석이라는 말을 하며 웃으며 뒤돌아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일주일의 치료를 통해 완치한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퇴원 후에도 한동안은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이전처럼 친구들과 뛰어 놀때 항상 저보다 느렸던 친구가 제 앞에 있었으니 말입니다. 특히 척수액 검사 때 겪었던 그 전기 같은 충격의 기억 때문에 한동안은 병원 냄새만 맡아도 등골이 서늘해지곤 했습니다. 실제로 그 이후에도 가끔 왼쪽 몸에 이상한 감각이 남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뇌수막염은 사실 정말 무서운 질병이었습니다. 뇌를 보호하는 막에 염증이 생기면 빠른 시간 내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저는 바이러스성이었고 빠르게 치료를 받아 완치될 수 있었지만 만약 세균성이었다면 상황이 훨씬 심각했을 것입니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 예방의 중요성도 깨달았습니다. 몸에 평소와 다른 이상 신호가 오면 절대 무시하지 말고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뼈에 새겨졌습니다. 지금도 가끔 원인 모를 두통이나 몸살 기운이 느껴지면 본능적으로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하지만 그 무서웠던 경험 덕분에 건강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찍 깨닫고 아프지 않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