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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혼을 앞두고 거의 10년 가까이 키우던 반려견 콩이를 친척 집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평생 알레르기 하나 없이 살아온 제가 아내의 동물 털 알레르기 때문에 가족 같은 존재를 떠나보내야 했던 그 시간은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묵직한 부채감으로 남아 있습니다. 단순히 코가 간지럽거나 재채기가 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면역 반응이었기 때문입니다.
동물 털 알레르기, 털이 아니라 단백질이 문제입니다
많은 분들이 동물의 털 자체가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조금 다릅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주범은 동물의 피부 각질, 침, 소변, 배설물 속에 들어 있는 특정 단백질 성분입니다. 이 단백질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사람의 호흡기나 눈 점막에 닿으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이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과도하게 반응하는 겁니다.
여기서 IgE 항체란 알레르기 반응을 매개하는 면역글로불린의 일종으로, 특정 알레르겐에 노출되면 체내에서 급격히 증가하며 히스타민 같은 화학물질을 분비하게 만드는 물질입니다. 제 아내의 경우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받아보면 개 알레르겐에 대한 IgE 수치가 클래스 5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클래스 6이 최고 단계이니 거의 최상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셈이었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콩이와 10년 가까이 아무 문제 없이 살아왔고, 아내도 결혼 전까지는 반려동물과 함께 지낸 경험이 없어서 본인이 알레르기가 있는지조차 제대로 몰랐습니다. 처음엔 단순 감기나 환절기 증상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콩이와 함께 같은 공간에 있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와이프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히 떠오릅니다.
증상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삶의 질이 무너집니다
아내와 콩이 둘 다 포기할 수 없었던 저는 처음에는 알레르기도 익숙해지면 괜찮아지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콩이와의 시간을 조금 더 가져보자 하였고 아내 또한 그리 해보겠다 했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콩이와 같은 공간에 30분만 있어도 눈이 충혈되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조금 불편한 정도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이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무서웠던 건 호흡기 증상이었습니다. 처음엔 기침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숨 쉬는 소리에서 쌕쌕거리는 천명음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천명음이란 기관지가 좁아지거나 염증이 생겼을 때 나는 고음의 호흡음으로, 천식 환자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증상입니다. 2024년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동물 알레르겐에 장기간 노출된 성인의 약 30%가 천식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제 아내도 결국 병원에서 기관지확장제를 처방받아야 했습니다. 콩이를 보고 온 날은 밤에 숨이 차서 깨는 일이 반복되었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도 무너져 내렸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행복한 신혼을 상상했는데, 현실은 아내가 호흡곤란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습니다.
관리법은 있지만, 현실적 한계가 분명합니다
알레르기 전문의는 여러 관리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실제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너무 많았습니다.
주요 관리 방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공기청정기를 24시간 가동하고 HEPA 필터를 정기적으로 교체할 것
- 하루 3회 이상 환기하고, 카펫과 천 소파 등 알레르겐이 쌓이기 쉬운 가구는 제거할 것
- 반려동물을 침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접촉 후에는 즉시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을 것
- 주 1~2회 반려동물을 목욕시켜 피부 각질을 최소화할 것
이 중 몇 가지는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방법들로는 증상을 조금 완화시킬 순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했습니다. 아무리 청소하고 환기해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알레르겐을 완전히 제거할 순 없었습니다. 콩이를 침실에서 격리했지만, 아내는 거실에서도 똑같이 증상을 보였습니다.
면역치료(Immunotherapy)라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여기서 면역치료란 알레르겐을 소량씩 체내에 주입하여 면역체계가 점차 적응하도록 만드는 장기 치료법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 치료는 최소 3~5년이 걸리고, 효과도 개인차가 크며, 치료 중에도 증상이 계속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90년대에는 저런 식의 알레르기 치료법 또한 마땅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 저는 콩이를 친척 집으로 보냈습니다. 텅 빈 집에 남겨진 밥그릇과 장난감을 정리하며 혼자 얼마나 슬펐는지 모릅니다. 아내 역시 본인의 알레르기 때문에 제가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는 미안함에 한동안 제 눈치를 살피며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또 다른 사랑을 떠나보내야 했던 그 시절의 기억은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묵직한 부채감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알레르기는 단순한 면역 반응이 아니라, 우리 부부가 함께 짊어지고 건너온 '희생'과 '인내'의 상징이었습니다. 아내의 건강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 이별의 무게를 잊지 않고 사는 것이 콩이에 대한 저만의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만약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계시거나 입양을 고려 중이시라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알레르기 검사를 미리 받아보실 것을 권합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나중에 떠나보내는 고통은 상상 이상으로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