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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뭘 하려고 했지? 늘어나는 깜빡임과 치매에 대한 두려움
"내가 방금 냉장고 문을 왜 열었더라?" 요즘 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혼잣말을 하곤 합니다. 부엌에 물을 마시러 갔다가 엉뚱하게 찬장만 열어보고 오거나, 손에 차 키를 쥐고도 한참을 찾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아직 50대라 치매를 심각하게 걱정할 나이는 절대 아니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여 보지만, 솔직히 가슴 한구석에는 덜컥 겁이 나고 불안함이 커지는 것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연세가 지긋하신 어머니께서 방금 한 말을 금세 잊어버리시거나, 늘 두던 물건의 위치를 기억하지 못하시는 등 치매 초기 증상을 조금씩 보이고 계셔서 제 걱정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때면, '나도 언젠가 저렇게 내 사랑하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아이들의 얼굴을 하얗게 잊어버리고 "누구세요?" 하며 뒷걸음질 치는 날이 오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왈칵 밀려옵니다. 예전에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나 보던 남의 일로만 여겼던 치매라는 병이 이제는 제 삶의 아주 가까운 곳까지 성큼 다가온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마 저처럼 중년에 접어들면서 이런 잦은 깜빡임 때문에 속앓이를 하시는 가장분들이 주변에 꽤 많으실 겁니다.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를 지켜보며 이제는 제 머릿속 건강도 미리미리 챙겨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던 나의 시간, 도파민의 함정
머릿속이 복잡하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서 제 눈길을 확 사로잡는 글을 하나 읽게 되었습니다. 바로 도파민과 뇌의 휴식에 관한 이야기였는데요, 그 글을 읽고 저는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것처럼 멍해졌습니다. 가만히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저는 퇴근 후 집에 오거나 주말에 소파에서 쉴 때, 단 한순간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을 연달아 보거나, 밀린 뉴스를 읽고, 때로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저에게는 팍팍한 회사 생활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완벽한 쉬는 시간이라고 굳게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쓴 그 글에 따르면, 제 몸은 푹신한 소파에 가만히 누워 있었을지 몰라도 제 뇌는 단 1분 1초도 쉬지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화려한 영상과 소리들, 즉 외부에서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처리하느라 제 뇌는 오히려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더 땀을 뻘뻘 흘리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처럼 쉬는 시간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도파민이라는 자극을 계속 찾는 행동이 결국 뇌를 전혀 쉬지 못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나중에는 깜빡하는 증상까지 심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습니다. 하루 종일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봄으로써 내 머리를 편안하게 해 준다고 생각했던 행동이 오히려 내 뇌를 매일 밤새워 일하게 만들고 또 다른 스트레스를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친 뇌를 위한 진짜 휴식, 멍 때리기로 내면의 스위치 끄기
스마트폰 화면 같은 외부 자극에만 계속 신경을 빼앗기다 보면, 우리 뇌는 정작 자기 자신을 청소하고 돌보는 내부 과제를 할 시간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됩니다. 우리 뇌는 아무런 자극 없이 진짜로 쉴 때 비로소 뇌 스스로 컴퓨터처럼 껐다 켜는 재부팅을 하면서, 도파민에 대한 자극이 줄어들며 엉켜있던 신경계의 균형을 바르게 맞춘다고 합니다. 이렇게 뇌가 평온해져야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싹 줄어들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전두엽도 다시 쌩쌩하게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억력의 회복입니다. 뇌가 휴식을 취할 때, 기억을 보관하는 해마와 대뇌피질 사이에서 우리가 낮 동안 겪은 일들이 차곡차곡 깨끗하게 정리되면서 기억이 머릿속에 단단하게 자리 잡는 과정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즉,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가만히 멍을 때리는 시간이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내 소중한 기억력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시간인 셈입니다.
뇌의 휴식에 대한 이 글을 처음 본 순간에도 저는 휴대폰을 통해 글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이 글을 읽고도 내가 휴대폰을 붙잡고 있으면 무척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이 들어 당장 휴대폰을 식탁 위에 두고 돌아와 정말 오랜만에 제 뇌의 휴식을 위해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으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굳은 결심을 했던 게 부끄러울 정도로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순간을 견디기 힘들어졌고, 결국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식탁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정말 아무렇지 않게 휴대폰을 켜고 다른 재미있는 것을 찾아보려 하는 순간 아까 읽고 있던 글의 마지막 부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소 도파민에 대한 자극이 높을수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순간의 지루함이 더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단 한순간도 쉬지 못한 당신의 뇌를 위해 이 글을 읽은 오늘 하루만이라도 모든 자극에서 멀어지는 경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제 결심을 1시간도 지키지 못한 것도 부끄러웠고,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뇌를 위한 행동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에 또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저는 바로 집을 나서 집 근처에 있는 산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뇌의 재부팅은 자연환경에서 더 빠르게 회복된다고 합니다."라는 글의 내용에 따라 휴대폰도 놔두고 정말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로 자연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지금도 종종 도파민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산을 타거나 공원에 앉아 바람을 즐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 뇌는 재부팅을 잘 해내고 있는지 이제는 기억력도 꽤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뇌의 휴식도 좋지만, 이를 계기로 오랜만에 온전히 바라보는 자연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고 외적인 자극 없이 온전히 즐기는 그 순간들은 마치 스마트폰이 없었던 예전의 그날로 돌아간 듯한 의외의 행복함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 글을 통해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듯이,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께서도 꼭 한 번쯤 저와 같은 경험을 해보시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합니다. 휴대폰 없이 어떻게 하루 종일 있을 수 있는가 라는 걱정이 드신다면, 옛날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휴대폰 없이도 산과 바다, 들판으로 다니며 함께 있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고 행복했던 그날의 추억을 다시 한번 재현해 보는 경험을 선물해 드리고자 이렇게 부탁드립니다.